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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총은 울리나. <1/2부>나의 이야기/브런치 2020. 10. 18. 20:47
2007년 어느 가을, 오후 5시경 요르단의 어느 도시. 나는 국경을 넘어가는 택시를 한 대 잡았다. 목적지는 약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머지않아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입국을 위해 도착 비자를 받으려 주변을 기웃거렸다. 주위를 둘러보며 자세히 살펴보니 안내판에 각 나라별 비자 요금이 친절하게 적혀있다. '어디 보자. Korea…Korea! 와우! Free!' Free라고 적힌 문구를 보고 당당히 여권을 내밀자 곧바로 되돌아온 여권. 뭐가 문제일까 자세히 보니 Free는 Free인데 Korea 옆에 작게 쓰여 있는 글자 ‘North’ '아아, 맞다. 여기는 북한이랑 친한 친구였지.' 멍하게 서 있는 나를 보며 안내원이 퉁명스럽게 하는 말이 저기에 쓰여 있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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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세계나의 이야기/브런치 2020. 8. 23. 22:58
누군가의 커피를 꼭 이기려고 생각했다면 그러니까 커피는 순위가 있는 경기라 생각했다면 난 아마 지금쯤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왜냐면 언제나 승부의 세계는 치열할 수밖에 없고 그곳에서 밀리는 것은 죽기보다 싫어할 내 성격상 쉽게 떨어져 나갔을 테니까. 아마 어느 정도는 좋은 성적을 냈겠지만 언젠가 누군가에게 밀려 나갔을 것이고 결국 짜증을 내며 접었을 내 자신이 금방 그려진다. . . 코로나로 인해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시작한 달리기도 그랬다. 처음엔 남들은 저렇게 멀리 또 빠르게 뛰는데 난 도대체 뭘까 싶었다. 그래서 속도가 안 나면 더 무리해서 달렸고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으니...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은 사실이 있었다. 그렇게 '승부의 세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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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러닝나의 이야기/브런치 2020. 8. 13. 00:29
"커피도 달리기처럼 열심히 하면 실력이 늘까요?" 아까 낮에 손님이 제가 운영하는 카페인 커피인쇄소에서 커피를 드시다가 문득 던진 질문입니다. 물론 이 세상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 늘겠지요. 하지만 달리기도 단거리, 중거리 혹은 장거리에 맞는 훈련법이 있듯 커피도 내가 하려는 분야가 무엇인지에 따라 전략을 잘 짜야만 실력이 늘어납니다. 예컨대 맛을 감별하는 센서리 적인 감각을 키우고 싶다면 커핑 쪽을 잘하시는 분들과 어울리며 캘리브레이션 생활화해야 하고, 커피 로스팅을 잘하고 싶다면 때로는 한 달 월세 날린다는 생각으로 30만원짜리 콩도 과감하게 본인의 스타일로 볶아봐야 하고, 바리스타나 브루잉을 잘하고 싶다면 대회도 한번 나가서 사람들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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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추억나의 이야기/브런치 2020. 8. 3. 00:31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쓴 글이 너무 적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또 다른 나의 취미로 만들어보고자 고민하고 있었다. 그즈음 때마침 친구가 알려준 글쓰기 모임! '오호! 그런 모임도 있네' 일단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강제로(?)라도 뭐든 써 보게 될 테니 일단 가입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쨌거나 한 달에 두 번 이상 모임을 하게 되다 보니 뭐라도 쓰게 되고 이 새로운 취미도 조금씩 익숙해지는 듯도 싶다. 카메라도 그랬다.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찍은 사진이 너무 적었다. (변명을 하자면 대부분 필름 카메라를 썼기 때문이고 연사나 다작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해두자.) 벌써 십 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보고자 사진 동호회에 가입해서 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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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두 개뿐.나의 이야기/브런치 2020. 7. 23. 12:09
해외에 있을 때는 항상 동전지갑이 필요했다. 동전 가치가 꽤 높아서 우리나라 돈 3천 원급에 해당하는 2유로 같은 동전이 많이 유통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카드 사용이 많지 않아서 물건 하나 살 때마다 주머니가 무거울 정도로 동전이 쌓여버렸으니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사실상 동전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카드나 각종 페이로 백 원 이하도 결제가 되는 세상이다 보니 거추장스럽게 동전을 지니고 다니려 하지 않는다. 물론 옛날 같으면 자판기 커피라도 하나 마시려면 백 원짜리 두 개는 가지고 다녀야 했으며 좀 더 올드하게 '라떼'시절로 올라가 보면 급히 전화라도 한 통 걸려면 공중전화비용 20원도 필요했으니까 말이다. (당시 윤종신이 객원가수였던 공일오비의 띵곡인 '텅 빈 거리에서' 에는 "야윈 두 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