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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추억나의 이야기/브런치 2020. 8. 3. 00:31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쓴 글이 너무 적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또 다른 나의 취미로 만들어보고자 고민하고 있었다.
그즈음 때마침 친구가 알려준 글쓰기 모임!
'오호! 그런 모임도 있네'
일단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강제로(?)라도 뭐든 써 보게 될 테니 일단 가입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쨌거나 한 달에 두 번 이상 모임을 하게 되다 보니
뭐라도 쓰게 되고 이 새로운 취미도 조금씩 익숙해지는 듯도 싶다.
카메라도 그랬다.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찍은 사진이 너무 적었다.
(변명을 하자면 대부분 필름 카메라를 썼기 때문이고 연사나 다작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해두자.)
벌써 십 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보고자
사진 동호회에 가입해서 소위 말하는 출사를 다니며 작품세계(?)에 빠져들곤 했었다.
그런데 마침 이번 글쓰기 주제가 '사진'을 놓고 글을 써보는 것이었는데
참 재미있는 -그러니까 내가 취미로 고른- 주제였지만 뭘 고를지 참 고민이 되었다.
그때 문득 눈에 들어온 사진이 있었다.
바로 이 사진이다.
누가 봐도 별거 아닌, 내 사진기 (카메라보다는 사진기가 더 어울리는)를 찍은 사진이다.
하지만 내가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고 쓰고 싶은 글이 떠올랐다.
글을 잘 쓰려면 마음을 오픈해야 한다더라.
먼저 나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을 열 준비를 하고,
본격적으로 그것을 철저하게 까발릴 수 있어야 한다더라.
그러니까 부끄러워서 숨기고 싶던 생각도,
때로는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 마음도,
다 열어놓고 시원하게 배설할 수 있어야 멋진 글이 나온다는 것.
맞아.
그렇다면 그 순간에는 글을 읽는 사람보다 글을 쓴 내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도 같다.
그렇게 잘 알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용기가 없었던 것일까?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나의 마음의 '오픈 하우스'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쓰고 싶고 보여주고 싶었던 사진을 주제로 잡지 않고 다른 사진을 골랐다는 이야기.
물론 또 자위를 해보자면 그 사진도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서 아주 즐거운 글감이 되었다는 것?
하지만 뭔가 뒤처리를 다 안 하고 화장실에서 나온 심정이기도 했지만.
나는 나를 안다.
앞으로도 종종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아무리 글쓰기 모임에서 좋은 팁을 배워도,
혹은 취해서 비틀거리며 글을 쓰는 날이 와도,
나 자신의 내면을 쉽게 열고 글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은 이 늦은 밤 뜨거운 커피에 취해
추억의 사진첩만 뒤적거리며 앞으로도 쓰지 못한 글의 글감만 떠올려 본다.
이 글은 브런치 플랫폼에 올린 뒤 제 블로그에도 남겨두기 위해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원본을 보시려면 브런치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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