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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유소녀.
    여행 이야기/아프리카-중동 이야기 2008. 9. 13. 15:11


    시리아 최대의 유적지인 팔미라를 보고, 하마에 있는 내 숙소로 돌아가는 길.

    버스표를 간신히 끊긴 끊었는데,
    도대체 어떤 버스, 어떤 좌석에 앉으라는건가?

    영어를 아무리 싫어하는 아랍권이라지만,
    적어도 버스번호랑 좌석은 아라비아 숫자로 적어줘야 하는거 아니니? -_-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한테 파는 버스표가
    "이십칠번 버스 통로쪽 오번 좌석" 이라고 풀 한글로 적혀있는 셈이잖아 -_-;


    여기저기 물어보고는 간신히 타기는 탔어.
    사실 시리아 사람들은 다 좋은데, 유일하게 저 팔미라 라는 도시는 약간 다르거든.
    뭐랄까, 관광지 냄새가 팍 난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조금은 긴장의 끈을 쥐고 사람들에게 물어봤지.

    뭐, 전세계 어디던간에, 관광지에서 관광지 냄새가 나는건 당연하지만
    시리아에서 관광지 냄새를 맡으니까 좀 아쉬웠다고 해야할까?
    그 동안은 엄청나게 친절한 시리아 사람들의 배웅속에서 버스를 타느라
    그깟 저 아랍어를 몰라도 특석에서 편안하게 올 수 있었거든.


    엄청나게 비좁았던 버스에서 내 자리는 맨 뒷자리더군.
    그렇게 꾸역꾸역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길.

    어느 수줍어 하는 소녀를 만나게 되다.


    이 소녀,
    처음에는 내 눈치를 살피느라 등받이 위로 얼굴도 제대로 못들더니
    내가 "헬로우~" 라고 한마디를 하자
    기다렸다는듯이 이제 아예 뒤로 돌아서서 간다.


    급기야 옆자리에 있는 동생까지 돌려세우고는
    통하지도 않는말로 계속 내게 말을 건다.


    팔미라의 더위속에 지쳤던 내가 상당히 불쌍하고 배가고파 보였는지,
    그녀가 뭔가를 꺼낸다.
    그리고 어서 먹으란다.



    허허...
    얘야! 나 그렇게 어린아이 아니거든!

    이 다음에 우유 떼고, 커피 한 잔 마실 나이가 되면 다시 보자꾸나.
    그때도 수줍게 웃던 미소와 밝은 목소리 잊지말고,
    우리 젊은 날을 추억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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