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연극 무대
계속 뮤지컬만 보다가 오랜만에 연극무대를 찾은것 같다.
그래, 사실 뮤지컬을 자주 보기에는 너무 비싸다.
그렇다고 해서 연극이 영화만큼 저렴하거나,
매일 찾아가도 될만큼 가벼운 가격이 아닌것도 확실하지만,
그래도 대형 뮤지컬 맨 뒷쪽 3층 무대에서 보는 가격 수준으로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는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본은 그냥 대본일 뿐
연극 라이어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전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난 사실, 이 극의 대본을 수차례 읽은 적이 있다.
대학 연극반 '비호극회' 시절, 늘상 탁자위에 놓여있던 대본중에 하나였거든.
그만큼 라이어는 연극반 친구들의 관심을 독차지한 극 중에 하나였고,
적당한 인원으로 적당한 호응을 이끌어내기에도 아주 무난한 작품이라고 생각한것이다.
물론 나도 이 대본을 읽고, 참 재미있는 극이라는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지만,
어제 봤던 공연 만큼의 즐거움을 주는 희극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만큼 어제 공연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고, 나의 기대에도 100% 충족시켜줬다는 이야기!
역시 대본은 대본일 뿐, 이를 직접 연출하고 연기하는것은 별개의 문제인듯 하다.
동시상영(?)연극이 되어버린 라이어.
라이어는 강북과 강남에서 공연중이다.
강북쪽에서는 대학로를 찾아가면 되고, 강남권에서는 삼성역 KT&G 상상아트홀에서 볼 수 있다.
같은 시간대에 이렇게 두 곳에서 극이 펼쳐지는데,
어제 내가 본 곳은 대치동 상상아트홀이었다.
그런만큼 극을 보면서도 대학로의 공연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사뭇 스쳐지나가더라.
인기있고 관객이 많은 공연이다보니, 두 곳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라이어' 이외에
라이어2탄, 라이어3탄 등 아류작(?)들도 함께 공연중이라는 사실.
물론 시리즈물이긴 하지만, 1,2,3탄 간에 연결되는 내용은 없으며
그 어떤것을 먼저봐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나도 다음에는 2탄에 도전해보고 싶다.
(사실 형만한 아우없다고, 두번째 시리즈에서 더 큰 감동을 받은 경우는 드물지만 말이다)
원작을 뛰어넘으려 하다.
독일의 뮤지컬을 번안하고 연출하여 크게 히트친 "뮤지컬 지하철1호선"도 좋은 예가 되지만
이 작품역시 영국의 Run for your wife 를 한국색깔을 담아 재 창조하여 성공한 작품이다.
작품 내용은,
순간의 거짓말이 얼마만큼 커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 실험을 보는것 처럼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짓말에 대한 총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여기서 간단히 시놉시스를 이야기해 보자면,
두명의 아내와 결혼하여 두 집 살림을 하던 택시기사가 사소한 사고로 인해
두 집 살림이 들통날 위기에 처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나씩 꾸미고...
결국 거짓말로 인해 "게이"가 되어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다.
아참, 개인적인 궁금증이 있는데,
원작 공연에서도 조명은 이렇게 단순했을까. 아니 이 작품에 조명감독이 필요하기나 할까?
파 조명이나, 롱핀, 싸이키 등등... 그 어떤 특별한 조명도 없다.
그냥 베이비 조명으로 밝게 비추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무대에서
이토록 즐거움을 준다는것이 신가했을 정도.
총평
남녀노소, 커플, 솔로, 누가보더라도 웃고 즐기다 나올 수 있는 근래에 본 가장 괜찮은 희극이었다.
어지간한 유머에는 미동도 없는 나의 웃음보를, 심하게 강타한 코미디 작품이다.
다만 아쉬운점은 일부 배우들의 발성이 조금 약하다.
특히 2층집 게이역할로 나오는 분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앞쪽에 있어도 잘 안들렸고,
극 후반부에 공연장내 에어컨이 가동될 때는 더더욱 들리지도 않더라.
이건 분명 시정되어야 할 아쉬운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어1탄은 주변 사람에게 권해줄 수 있는 괜찮은 작품.
연극부문 짱컴포인트 9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