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이라면, 저 표를 들고 메가박스에 갔어야 했다.
오늘은 회사가 정한 "무비데이"
전 직원이 5시에 메가박스로 가서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영화를 봐야한다는...
그런데 마침 오늘은 팀 회식으로 야구장에 가기로 했던 날이었다.
표도 다 예매했고, 돌이킬 수 없었다.
나에게 있어서 1년에 딱 한번간다는 영화관,
2005년에 말아톤, 2006년에 포세이돈에 이어서 올해엔 캐리비안의 해적3가 될뻔 했던거지.
이렇게 동완짱 선정 "올해의 영화"는 또다시 기약없이 연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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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즐거웠다.
캐리비안의 해적인지 도적인지, 1,2탄도 안봤는데 3탄이 왠말이냐.
그것도 1년에 딱 한번 가는 영화관을 떼거지 단체관람으로 가봐야 뭐가 좋겠냐는 생각에
때마침 겹친 야구장 회식이 매우 반가웠다.
야구를 유아원 시절인 82년 첫 시즌부터 알았으니, '야구인생'이 벌써 25년째다.
눈 감고도 그려지는 잠실 야구장 배치도인데 아직 못가본 지역이 있었으니...
외야석의 3배, 내야석의 약 2배 가격인 "지정석"이었다.
지정석도 두가지가 있는데, 일반지정석과 위에 보이는 가족지정석이 있다.
이 가족석은 3-4명씩 앉을 수 있고 테이블이 있다.
핫도그와 음료수도 나눠주는데 좌석의 가격은 무려 '1만원'이다.
평일 경기는 거의 공짜, 주말 게임도 3천원에 들어가서
조용히 외야에서 보는 나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사치'
근데, 이 지정석은 상당히 심심하더라.
응원하기에는 애매한 위치이고 사람들이 대부분 조용하다.
말 그대로 가족끼리 연인끼리 와서 조용히 야구를 즐기는 자리랄까?
테이블이 있어서 통닭에 맥주먹기 좋다는것 빼고는 좋을 것이 없다.
(아, 선수들이 바로 눈앞에 보여서 소리질러서 욕하기엔 더없이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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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참히 깨졌다.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2주일 넘게 기다려온 오늘 경기, 15대1로 졌다.
테니스 스코어도 아니고 야구경기 스코어다.
근 2년내에 최악의 경기를 본 것 같다.
치가 떨리고 진절머리가 난다.
구역질이 날만큼 짜증나는 경기.
이 세상에서 있는 욕은 다 해주면 속이 풀릴까?
Shit, 뷁, C8, 병신, 개놈들...
이제 무기한, 지정석에는 안가련다.
원래 여친이나 부인이 생기면 이곳에서 야구와 함께 사랑의 밀회를 즐기려 남겨둔 곳인데,
공짜로 표 준다고 해도 야구를 즐기러 갈때는 절대 지정석으로 안갈거다.
차라리 비가 왔으면 좋았을 것을...
오늘,
운수 더럽게 없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