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연극에 대해 기록을 남겨볼까 합니다.
연극 "돼지사냥" 저는 이 연극을 대구에서 봤습니다. 학창시절때요!
...이름만 들어도 뭔가 박진감 넘칠것 같지않나요? ^^
네, 실제로 이 극은 매우 스피디한 연극입니다.
5인이 8역을 소화해내다보니, 각각 매우 상반되는 캐릭터로 변신하기도 하고,
극 중 다양한 설정속에 관객을 떨어뜨리면서 빠르게 진행됩니다.
걸죽한 경상도 사투리로 구성된 대사는, 듣는것만으도 재미가 있습니다.
여기에, 공연 내내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함께 잠시도 참을 수 없는 유머까지...
그래서 당연히 희극이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풍자는 극장을 빠져나올때 잔잔한 여운을 안겨줍니다.
사실, 돼지사냥이라는 제목부터 중의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극에서 돼지는 실제 도망간 '동물' 돼지를 말하기도 하고, 어느 '탈옥수' 돼지를 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각각 다른 돼지를 찾아나선 동네주민과 경찰사이에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리게 되는거죠.
그런데 재미난건 도망간 '동물' 돼지도 '돼지식당' 할머니네 씨돼지이고,
일명 돼지라는 '탈옥수'도 '돼지식당' 할머니네 막내아들이죠!
이러다보니 극의 초반부터 엉키기 시작해서,
'원조' 돼지식당과 '본조' 돼지식당의 원조 논란과
군의회 출마를 앞둔 후보자의 지역유지 '로비과정'
또한 다방처녀를 이용한 유언비어 선거 전술까지 꽤나 얽힌 정치사와 다양한 인생사를 구경하게 됩니다.
결국 동네 마을은 소문과 오해로 인한 유언비어가 판을 치는 혼잡한 상황이 되는거죠.
사라진 두 돼지를 잡으려는 사람들(물론 찾는 돼지는 달랐지만)의 재미있는 캐릭터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는 줏대없는 경찰서장 캐릭터 등 배역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뭔가 복잡하게 엉켜있는 마을을 둘러싼 코미디.
하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소시민의 일상과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한탕주의까지...
만담보다 빠른 대사속에서 터져나오는 웃음과 씁쓸한 여운은 한편의 잘 짜여진 블랙코미디 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