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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의 문제는 아니야.
    나의 이야기/일상다반사 2007. 6. 19. 00:27



    혼자 야구장에 갈때면, 항상 외야로 가서 앉아.
    뭐 내야보다 표 값도 저렴해서 좋지만,
    그보다는 조용히 야구를 보며, 이런 저런 나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 보너스"가 생기거든.

    그런데, 그 넓은 외야석 중에서도 1루쪽 폴대 옆에 자주 앉게 되더라.
    가장 선수들이 가깝게 보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저 폴대라는 녀석이 참 매력이 있거든.

    야구에서는 타자가 친 공이 폴대 안쪽으로 넘어가면 "홈런"이고,
    폴대 바깥으로 넘어가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파울"이 된단다.
    홈런과 파울이 저 녀석을 기준으로 달려있다는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놈이지?
    폴대의 어느쪽으로 넘어갔냐에 따라 한 경기, 아니 일 년 야구 농사가 결정되는 순간도 있으니까.

    그래서 저기 앉아있으면 더더욱 많은 상념에 빠져들게 돼.
    상대 팀이 친 공이 폴대 쪽으로 날아올때는, 제발 폴대 바깥으로 넘어가서 파울이 되라고 기도하고,
    우리 팀이 친 공이 폴대 쪽으로 날아올때는, 제발 안쪽으로 넘어와서 홈런이 되라고 기도하고...
    하하하
    .
    .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들 인생도 그렇지 않니?
    성공이라는 폴대를 기준으로 어느쪽에 떨어지냐에 따라, 역적과 영웅으로 갈릴 수도 있잖아?
    그런데 야구에서 홈런이 1개 나올때 파울은 10개가 넘게 나오듯이,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란, 그저 그런 인생으로 살아가는것 보다 10배는 더 힘든것이거든.

    그래, 난 지금 날아가고 있는 "공"이야.
    그리고 폴대 안쪽을 향해 넘어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어.
    강한 바람이 불어 날 바깥으로 밀어내도 절대 휘어지지 않을거야.
    지금까지 달려온 길, 조금만 더 힘을 내야지.
    .
    .
    아참, 그런데 알고봤더니 내가 "공"이 아니고 "폴대" 라면 어떻게 하지?
    아무런 힘없이, 그저 너가 날아오는것을 지켜만 봐야하는데...
    그냥 눈 질끈감고 내 안쪽을 통과해서 홈런이 되어주길 바랄 수 밖에 없는데...

    응. 내가 폴대라면, 이건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야.
    항상 내 바깥쪽으로만 떨어지던 너,
    나를 외면하고 다가오지 않던 너,
    이제 한번쯤은 안쪽으로 떨어질 날이 왔을지도 몰라.

    안쪽으로 떨어질 용기가 없다면 그냥 나에게 쾅 하고 부딪히렴.
    그냥 폴대에 맞아도 홈런이란다.
    그러니까 이젠 부담없이 눈 감고 날 들이받아보렴.

    기다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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