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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은 죽었다.
    동완짱 라이프/연극은 인생 2006. 11. 3. 14:03



    몇년 전 사진이네요.

    여름방학을 마치고 돌아갔더니 학교측으로 부터 한가지 명령을 받게 됩니다.
    비상구를 만들어야 하니까 연극반은 당장 동아리방을  철거하고 작은 방으로 옮기라는...

    사실 그 동아리방은 학교에서 가장 큰 동아리방이었어요.
    허름하긴했지만 무대옆에 있었기에 조명기 설치도 쉬웠고 무엇보다 우리들의 정이 담긴 곳이었죠.
    경산캠퍼스를 처음 지을때 동아리방을 선점하기 위해 대선배들이 며칠밤을 짱박혀(?) 지내면서
    차지했던 그 방은, 우리 동아리로서는 유적지와도 같은 곳이었죠.
    이렇게 신성한 곳을, 성질 가장 더럽고 반항끼 많은 연극반 친구들이 가만히 내줬겠습니까?

    우리는 D-DAY를 정하고 이삿짐센터에서 10톤 트럭을 빌리기로 합니다.
    그리고 당일 아침, 연극반의 모든 쇠로 된 기기와 조명기와 모든 짐을 꽉 채워서
    본관으로 빠르게 진격합니다.
    어린 새내기 동아리 후배부터 졸업한지 몇년도 지난 대선배들까지 모두 모여서 말이죠.

    그리고는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총장실 앞에 모든 짐을 일사천리로 풀어놓고는
    위 사진과 같이 통곡을 하게 됩니다.
    두명은 누워서 죽은 사람이 되었고 한명은 곡소리를 내고 나머지는 푯말을 들고 앉아 있습니다.

    갑작스런 기습에 당황한 본관직원들은 우리에게 화도 내보고 회유책을 쓰기도 했지만
    전혀 반응하지 않고 우리만의 퍼포먼스를 진행했죠.
    총학생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본관점거를 일개 동아리가 10분만에 완수하게 됩니다.

    곧이어 학교 방송국, 신문사에서 취재에 나섰고 1시간도 되지 않아서 교직원은 손을 들어버려요.
    무슨 의견이든 수용하겠다...라고 말이죠.

    결론적으로 비상구는 법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기존 동아리방 보다 훨씬 큰 방과 연습실, 그리고 강당의 우선사용권까지 얻게 되고
    그에 따른 모든 특별공사와 동아리 방을 24시간 자유롭게 쓸수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12시전에 동아리방 문을 닫아야 했거든요.
    (물론 지키지는 않았습니다만^^)

    저는 학교를 떠난지 2년이 되었지만 아마 지금도 이곳에서 후배들이 열심히 공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거예요 (어쩌면 술을 먹고있겠지만요^^)

    갑자기 선배,후배들이 떠올라서 연극반 홈페이지에 갔다가
    어느 선배께서 술 한잔 드시고 올린 이 사진을 보고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보네요.

    제가 얻은 추억과, 받았던 은혜가 너무 커서 돈으로는 해결 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가끔 후배들 사진도 보면서 지낼 수 있어서 너무 즐겁네요.
    자주 가볼수 없는 먼곳이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다가가야겠습니다.

    저기 밑에서 맨 뒤에 모자쓰고 앉아있는 제 모습을 보니 그날이 떠올라서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와 힘이 있었는지 다시 생각해봐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추억이란 이래서 재밌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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