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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의 카메라
    나의 이야기/일상다반사 2008. 8. 16. 15:49

    연세가 엄~청 많으신 우리 아빠...
    휴대폰 카메라를 보고도 신기해 하신다.

    그러더니,
    옛날, 당신이 쓰던 카메라가 있다며 잠시 방에 다녀오신다.


    그 카메라는 다름아닌, 이 미놀타 XD-5와 플래시.
    거의 내가 태어날즈음 사셨다고 하니까 32년쯤 된건가?

    아, 이거...
    카메라가 별로 없던 시절, 초등학교시절 소풍갈 때 이 녀석을 들고가서 찍었던 기억도 난다.
    어떤 집 아이들은 자동카메라를 들고오거나 1회용 카메라를 들고오기도 했는데,
    흐린날, 밝은날 가려가며 조절을 하고 찍어야 했던 이 녀석에게 불평을 했던 기억도 난다.
    그 때 필름을 끼워주며 찍는 방법을 알려주던 지금은 없어져 버린 '국제 사진관' 아저씨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그와 함께 당연히 없어졌을거라고 믿었던 이 녀석,
    30년의 세월을 믿을 수 없을만큼 아주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그래도 세월의 흔적을 견딜 수 없었던 지, 노출계가 조금 이상하다.
    역시 이 카메라가 있던 시절부터 카메라를 고쳤을 청계천 예지동에 있는 오래된 카메라가게에서
    수리를 받으니, 아주 깔끔!
    이제 스펀지도 붙이고 밧데리도 갈아끼웠더니 새것과 다름없다.

    나와 삶을 같이했던 이 녀석과 앞으로도 같이 살기로 결심했다.
    잠시 디지털에 밀려서 장롱속에 수십년간 잠들어있던 이 녀석에게 빛을 보여주기로 했다.

    자동촛점(AF/오토포커스)도 안되고,
    시력이 나쁜사람은 또렷하게 촛점을 맞추기도 어렵고,
    자동모드(AUTO 혹은 P모드)도 없는 수동카메라이지만 녀석을 믿고 맡겨보련다.

    벌써, 녀석과 함께할 다음여행이 기다려진다.

    세상이 돌고 돌아서, 이젠 너의 사진이 빛을 볼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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