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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자는 잘못 없다.
    공연 이야기/연극속으로 2007. 7. 25. 14:49

     

    무대를 바라보면 덜렁 의자 하나만 있다.
    다른 무대장치는 전혀 필요 없고, 다른 소품도 필요 없다.
    그저 의자와 배우 네명만이 필요한 연극일뿐...

    자리에 앉으면서 상당한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어 공연이 시작되면
    의자 하나를 너무나 갖고 싶어하는 사람의 끝없는 욕망이 불러오는
    몇가지 결과에 대한 스토리를 연출가의 시각에서 풀어나간다.

    소유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인간의 모습과 그에 수반하는 폐혜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 연극인데
    이 내용안에서 연출가는, 남자의 인스턴트 사랑을 경계하기도 하고
    인간의 욕구가 때로는 다른 사람까지 죽일 수 있는 강한 무기가 된다는 점을 말하기도 하는데,
    단호하게도 난 그것이 와닿지 않았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극 전개에 있어서 모두에게 공감이 가고, 모든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어야 함에도
    그저 시작부터 오로지 저 의자 하나를 갖겠다며 달려드는 명규의 모습에서부터
    정상적이지 못한 가구점 주인과 딸, 명규의 아내까지 끝없이 펼쳐지는 어거지스러운 설정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눈에 거슬림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오버 설정이 원래 대본부터 연출에 필요한 상황이었다고는 생각한다.
    연극이란 원래가 현실과는 다른 다소 과장된 캐릭터가 필요한것이 사실이지만
    이 과장됨 속에서도 어딘가 모르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작가, 연출, 배우는 마지막까지 잊지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극 후반부에 나오는 무협(?)씬은 정말 이 연극이 막장(?)까지 온게 아닌가 할 정도로
    과도한 억지설정과 억지웃음을 유도한 하이라이트가 된다.
    무자비하게 날리는 꽃가루와 오버설정속에서 쓴웃음만이 내 얼굴을 감쌌다.

    아무리 참신한 주제와 좋은 메시지를 가지고도
    극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변질될 수도 있다라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작품안에 나오는 몇몇대사는 칭찬하고 싶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어쨌거나 의자는 잘못 없었지만, 공연은 약간 잘못이 있었던것 같다.



    #시놉시스

    나, 이 의자 갖고 싶다 - 강명규
    이 의자는 값 없어요. 버리지 않고 사랑해준다면 그냥 드릴께요. - 가구점 딸, 문선미
    난 지금 불황이라구. 갖고 싶어? 그럼 돈을 내고 가져가 - 가구점 주인, 문덕수
    이깟 의자 하나를 30만원 주고 사겠다구? 저 의자야, 나야? 선택해 - 강명규 부인, 송지애

    직장에서 명예퇴직 당한 후 도서관에 다니며 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남자,
    강명규는 우연히 가구점 앞을 지나다가 한 의자를 보고 반한다.
    그 범상치 않은 모습에 매료되어, 꼭 그 의자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런데 가구점 주인, 문덕수는 팔 수 없다고 한다.
    그 의자는 미대지망생인 딸아이가 만든 작품이고, 고로 파는 물건이 아니라고 한다.
    강명규는 그 딸과 직접 흥정을 해보려고 하는데, 그 딸, 문선미 역시 단호히 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쉽사리 포기 할 수 없었던 강명규는 문선미가 없는 사이,
    삼십 만원을 주겠다며, 문덕수와 계약을 해버린다.
    불황을 겪고 있던 문덕수인지라, 그 돈에 욕심이 났던 것이다.
    그 날 저녁 강명규의 아내 송지애는 펄쩍 뛴다. 의자 하나에 삼십 만원이라니,
    게다가 그녀는 강명규가 퇴직 당한 후, 그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으로 겨우 살아가고 있던 터라,
    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다음 날 사건은 더 커진다.
    문선미는 자신이 만든 의자를 돈을 받고 넘길 수는 없다며 강명규에게 그냥 주려고 한다.
    당연히 송지애는 반기지만 문덕수는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의 집 앞에서 전시되어 있었으므로 일정 부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며 맞선다.
    언성이 높아지고 분위기는 험상궂어 지는데, 강명규는 어찌됐든 그 의자를 갖고 싶어 한다.
    결국 계약금으로 줬던 삼 만원만을 의자 값으로 남긴 채 송지애는 의자를 들고 간다.

    송지애의 억지에 의자를 넘겨주었지만 문덕수는 상심한다.
    강명규는 그에게 미안하여 문덕수에게 칠 만원 더 얹어 주겠다며 그를 위로한다.
    다음 날 돈을 주기로 했던 강명규는 또 난관에 부딪힌다.
    송지애가 이미 끝난 얘기를 왜 그렇게 하냐며, 그 돈을 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보름이 지나도록 강명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어느 날, 문덕수가 강명규의 집에 쳐들어오기에 이른다.

    이후, 의자 하나 때문에 마술 같은 일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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